전체 · 249

  1. 2026
  2. 6월
  3. 06.16JT Music - Join Us For A Bite
  4. 06.15aespa - 'Til We Die
  5. 06.15MEOVV - Favorite Song
  6. 4월
  7. 04.19REBEL HEART
  8. 1월
  9. 01.20e ∈ F
  10. 01.20기술개발 진행상황 공유 2
  11. 01.20기술개발 진행상황 공유 3
  12. 01.20기술개발 진행상황 공유 1
  13. 01.16『실패를 통과하는 일』
  14. 01.15항저우
  15. 2025
  16. 12월
  17. 12.12Kittyy & The Class - I'm Not Remarkable
  18. 10월
  19. 10.26『싯다르타』
  20. 10.24어제까지의 이야기
  21. 10.24The killers - Shot At the night
  22. 10.20『학문의 즐거움』
  23. 10.12심통봇 - GHOSTagram
  24. 10.09돈 벌기
  25. 9월
  26. 09.13My Chemical Romance - Welcome To The Black Parade
  27. 09.10TUBE - The Season In The Sun
  28. 09.02PERFECT BLUE
  29. 8월
  30. 08.31코코아분말 0.9%
  31. 08.30WHAT THE
  32. 08.30Ado - The World’s Continuation
  33. 08.29문을 닫고 들어오세요
  34. 08.28하우스도르프 공간
  35. 08.27All Time Low
  36. 08.27『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
  37. 08.26세상의 끝을 겨눈대도
  38. 08.25앉은 자리가 꽃자리
  39. 08.246과 7 사이 자연수
  40. 08.23아직 아무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41. 08.22Adventure
  42. 08.21Adobe Creek
  43. 08.20나의 무가지보(無價之寶)
  44. 08.20HUNTR/X - What It Sounds Like
  45. 08.19T. Rex
  46. 08.18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47. 08.17Sunday Morning
  48. 08.16일상의 안녕
  49. 08.15친애하는 우리의 결함에게
  50. 08.14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
  51. 08.14『초신성의 후예』
  52. 08.13나는 나의 길을 간다
  53. 08.13Aimer - 蝶々結び (나비매듭)
  54. 08.12Vanilla Latte
  55. 08.11그것은 하나의 가까움
  56. 08.11Vaundy - 踊り子 (무희)
  57. 08.10정복 불허의 공간에
  58. 08.09쉼 없이 수선하기
  59. 08.08나는 전설이다
  60. 08.07철판치즈버거
  61. 08.07『나는 포기를 모른다』
  62. 08.06난 포기에 소질 있음
  63. 08.05스피또런
  64. 08.04하룻밤 만에
  65. 08.04Myuk - Black Sheep
  66. 08.03세상에 딱 하나뿐인
  67. 08.03『심장보다 높이』
  68. 08.02게으름뱅이를 위한 변명
  69. 08.02Myuk - Gift
  70. 08.02『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71. 08.01북극 백화점
  72. 7월
  73. 07.31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74. 07.30KRAFTON Yeoksam Office
  75. 07.30Tani Yuuki - W/X/Y
  76. 07.29Slowly flowing day
  77. 07.28What's this?
  78. 07.28Architectural Improvements 4
  79. 07.27Lime Light
  80. 07.26우리가 기다린 미래
  81. 07.25Final approach
  82. 07.25Poster Design Note : Form and Flow
  83. 07.25Poster Design Note : How We Made It
  84. 07.24폭풍의 눈
  85. 07.23IYKYK
  86. 07.22순살치킨 -> 치킨너겟
  87. 07.21TRAIN - TRAIN
  88. 07.21Architectural Improvements 3
  89. 07.21Logo Design Note : The Logic of Flow
  90. 07.20어떤 통찰도 지름길로는 얻을 수 없다
  91. 07.20DeepDive : Many Over Mighty
  92. 07.20JINI - Bad Reputation
  93. 07.19시간이 느리게 가는 건
  94. 07.19Architectural Improvements 2
  95. 07.19DeepDive : GC-Triggered Stop-the-World
  96. 07.18EVEREST
  97. 07.18Architectural Improvements 1
  98. 07.18PhantomFlow : High-performance HTTP request simulator
  99. 07.18Introduction to Project KlickLab
  100. 07.18What is Clickstream data?
  101. 07.17깊은 사고는 더 이상 니즈가 없다
  102. 07.16이기적인 토대 위
  103. 07.15무엇이든, 언제가는
  104. 07.15Official HIGE DANdism - Universe
  105. 07.14경험을 압축하는 알고리즘은 존재하지 않는다 ⏳
  106. 07.14『료의 생각 없는 생각』
  107. 07.13무한한 가능성을 가질 것
  108. 07.12화려한 거짓을 향해
  109. 07.11Kentucky Fried Chicken 🍗
  110. 07.10Tropical Blue 🌊
  111. 07.09처음처럼 내 딛는
  112. 07.08어제와 다른 하늘의 색
  113. 07.08Furui riho - Hello
  114. 07.07누군가의 달이었기를 🌕
  115. 07.06아직 뜯지 않은 마음 🎁
  116. 07.05황금의 오솔길
  117. 07.05noa - A8番出口 (A8번출구)
  118. 07.04우리는 오가는 바람
  119. 07.03Nic dwa razy
  120. 07.02Never basic
  121. 07.02MEOVV - DROP TOP
  122. 07.01입꼬리올림근
  123. 6월
  124. 06.30그럼에도 불구하고
  125. 06.29과잉포장된 자존심
  126. 06.29Steve Winwood – Higher Love
  127. 06.29『어린 왕자』
  128. 06.28E3i3 🛫
  129. 06.27118 ✨
  130. 06.26무한 우주에 순간의 빛일지라도 🌌
  131. 06.26Mercury Rev - Holes
  132. 06.25RUSH
  133. 06.25Cloudybay - 내게로
  134. 06.24그래, 우리는
  135. 06.24『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
  136. 06.23The wind blowing low
  137. 06.23『생각 망치』
  138. 06.22피어나는 마음의 꽃
  139. 06.21하나는 죽고, 하나는 살았다 💡
  140. 06.21『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141. 06.20초속일초
  142. 06.19씨앗이 가장 고귀한 이유는
  143. 06.18Evening Primrose 🏵️
  144. 06.17마음이 휑뎅그렁할 때
  145. 06.16하나
  146. 06.16Vaundy - しわあわせ (주름 맞추기)
  147. 06.15강철무지개
  148. 06.15Will Ye Go, Lassie Go?
  149. 06.14유람 🚉
  150. 06.1313일의 금요일 ⏰
  151. 06.12백만 스물하나, 백만 스물둘
  152. 06.11경안천 🥩
  153. 06.10달이 아름답네요 🌕
  154. 06.10Yuuri - ドライフラワー (드라이플라워)
  155. 06.10『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56. 06.09Tampermonkey 🖥️
  157. 06.09Hump Back - 拝啓、少年よ (친애하는 소년이여)
  158. 06.09Yuuri - ガリレオは恋をする(갈릴레오는 사랑을 한다)
  159. 06.08미르 ✨
  160. 06.08『인간의 대지』
  161. 06.07나 평생 꿈만을
  162. 06.06아르기닌 🍫
  163. 06.05변속주 🌃
  164. 06.05THE BLUE HEARTS - 情熱の薔薇 (정열의 장미)
  165. 06.05noa - ホットレモン (Hot Lemon)
  166. 06.04Global Running Day 🏃‍
  167. 06.03가장 밝은 별
  168. 06.02천천히 🌃
  169. 06.01circular metal ring 🏀
  170. 5월
  171. 05.31담장과 쪽문 🐋
  172. 05.30투표런 🚀
  173. 05.29출발선 🏃
  174. 05.28Post Traumatic Growth 🌠
  175. 05.27SET 🎂
  176. 05.26READY 📅
  177. 05.25청복 💙
  178. 05.24열복 🫀
  179. 05.23강제 푸시 반성합니다 🔁
  180. 05.22유로파 🍏
  181. 05.21떠오름과 저묾 🌞
  182. 05.20Family Friend Fools
  183. 05.20Aimyon - 裸の心 (벌거벗은 마음)
  184. 05.19Time machine ⏰
  185. 05.18맑은 일요일 🧼
  186. 05.17흐린 토요일 🐢
  187. 05.16PTG 🌧️
  188. 05.15셋이 만드는 하나 🧭
  189. 05.14Lotte+Cafeteria 🍔
  190. 05.13오십삼 🌤️
  191. 05.12일장춘몽 💊
  192. 05.11𝑬𝒗𝒆𝒓𝒍𝒂𝒏𝒅, 𝑬𝒗𝒆𝒓 𝑴𝒊𝒏𝒅 🎡
  193. 05.10五月雨よ 🌧
  194. 05.09Your Journey Starts Here 🪧
  195. 05.08「권의 속도」 📄
  196. 05.07Quiet Air ⏳
  197. 05.06놀자판 하루 🐷
  198. 05.05뭔데이 🎏
  199. 05.04After School 🎒
  200. 05.03나침반이 가리킨 곳 🌌
  201. 05.02짧은 하루 📖
  202. 05.01예고된 악재는 악재가 아니다 🌧️
  203. 05.01『오즈의 마법사』
  204. 4월
  205. 04.30Can More 🍧
  206. 04.29초급반 🏃‍
  207. 04.28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
  208. 04.27맥도날드 원정 🍔
  209. 04.26무용(無用)의 쓸모 🛤️
  210. 04.25Sunny Day 🌞
  211. 04.24벚나무 아래에서 🌸
  212. 04.23언제나 이타카를 마음에 두라 🌿
  213. 04.22D-100 🧑‍💻
  214. 04.21수상한 미용실 💇‍♂️
  215. 04.20손으로 컴퓨터를 마주하다🔧
  216. 04.19비가 오면 빨래를 하자 🌧️
  217. 04.18반차😴
  218. 04.17발표, 청소, 러닝🗣️
  219. 04.16반티 발주👕
  220. 04.15첫 달리기🏃‍
  221. 04.14선택과 해석🗳️
  222. 04.14신지훈 - 시가 될 이야기
  223. 04.13Home Sweet Home🏠
  224. 04.12人生
  225. 04.11반티 디자인 공모 & 제출👕
  226. 04.11KiiiKiii - I DO ME
  227. 04.10알고리즘의 끝, C언어의 시작🧭
  228. 04.09하와이안 스테이크🥩
  229. 04.08Long Chat (#🎮)
  230. 04.07Es irrt der Mensch, solang' er strebt.📚
  231. 04.06마무리🛌
  232. 04.05움직이는 물체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233. 04.04하나의 칼날🗡️
  234. 04.033x7=21🧗
  235. 04.02퀴즈 다음날, 시험 전날😴
  236. 04.01April Fools' Day🎭
  237. 3월
  238. 03.311년의 90번째 날🌅
  239. 03.31『카할의 과학하는 삶』
  240. 03.30日曜日은 칠요일 중 첫째 날 이다⏰
  241. 03.29토요일은 주말이 아니다☕
  242. 03.28그래프와 치킨버거🐔
  243. 03.273주차의 시작🗓️
  244. 03.26기초 다지기🔧
  245. 03.25기초 다지기 & 정리해야 할 CS 개념들💡
  246. 03.240.44%
  247. 03.23본가 다녀온 날🏡
  248. 03.22문제 풀이에 집중한 하루 📅
  249. 03.21동료학습🌿
  250. 03.20첫번째 시험📝
  251. 03.19먹다가 끝난 하루🍖
  252. 03.18눈이 쌓이면 버그도 쌓인다❄️
  253. 03.17깃허브, 팀별 면담, 키워드 공부👨‍💻
  254. 03.17RADWIMPS - 正解 (정답)
  255. 03.16외출과 배달🚶🛍️
  256. 03.16ILLIT - Almond Chocolate
  257. 03.16Kep1er - HighLight
  258. 03.15첫 주말🛏️
  259. 03.14컴퓨팅 사고로의 전환🧠
  260. 03.13cookie4u.store🍪 + 1주차 발제📚 + 회식🍺
  261. 03.12디지털 포춘쿠키🍪
  262. 03.11정글 입성🏕
  263. 03.10입소 당일📅

『심장보다 높이』

📘 『심장보다 높이』

🖋 신철규 / 창비


<흐르는 말>

흐르는 물이 절벽을 만나면 폭포가 된다

떨어지는 말
낙차가 큰 말
바닥에 부딪쳐 으깨지는 말

생각 좀 하고 말해.

나는 생각을 하지 않고 말을 하고 있었나
생각을 덜 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
말이 생각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면

불편한 사람은 생각이 많다
생각이 많아서 불편하다
비밀은 문지를수록 미끈거리거 거품이 나온다
혓바닥 위로 송충이가 기어가는 것 같다

생각 좀 너무 많이 하지 마.

눈앞에 있는 사람을 위로할 때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비난하게 된다
없는 사람에 대해 생각한다
없기 때문에 생각한다
적의 심장에 빠르게 칼을 찔러 넣기 위해
인간은 오른손잡이가 되었을까

우리는 소문으로 들러붙고 비밀로 밀어낸다

우리는 두 사람이 알 정도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일
우리는 소문의 끝이고 바닥
바닥에 고인 소문들이 부글부글 끓는다
범람하는 입과 밀봉된 귀 사이가 멀다


<심장보다 높이>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는데 전기가 나갔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녹슨 슬픔들이 떠오른다
어두운 복도를 겁에 질린 아이가 뛰어간다

바깥에 아무도 없어요?
내 목소리가 텅 빈 욕식을 울리면서 오래 떠다니다가 멈춘다

심장은 자신보다 높은 곳에 피를 보내기 위해
쉬지 않고 뛴다

중력은 피를 끌어 내리고
심장은 중력보다 강한 힘으로 피를 곳곳에 흘려 보낸다

발가락 끝에 도달한 피는 돌아올 때 무슨 생각을 할까
해안선 같은 발가락들을 바라본다

우리가 죽을 때 심장과 영혼은 동시에 멈출까
뇌는 피를 달라고 아우성칠 테고

산소가 부족하진 폐는 조금씩 가라앉고
피가 몸을 돌던 중에 심장이 멈추면
더이상 추진력을 잃은 피는 머뭇거리고
나아갈 수도 돌아갈 수도 없고
할 말을 찾지 못해 바싹 탄 입술처럼
그때 내 영혼은 내 몸 어딘가에 멈춰 있을까

물이 심장보다 높이 차오를 때 불안해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깊은 물속으로 걸어 들어갈 때
무의식중에 손을 머리 위로 추켜올린다

무너질 수 없는 것들이 무너지고
가라앉으면 안 되는 것들이 가라앉았다
꿈속의 얼굴들은 반죽처럼 흘러내렸다
덜 지운 낙서처럼 흐릿하고 지저분했다

누군가가 구겨버린 꿈
누군가가 짓밟아버린 꿈

어떤 기억은 심장에 새겨지기도 한다
심장이 뛸 때마다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번져간다

나는 무섭고 외로워서 물속에서 울었다
무섭기 때문에 외로웠고
외롭기 때문에 무서웠다
고양이가 앞발로 욕실 문을 긁고 있다

다시 전기가 들어오고 불이 켜진다
물방울을 매달고 있는 흐린 천장이 눈에 들어오고

어둠과 빛 사이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서로를 조금씩 잃어가면서
서로를 조금씩 빼앗으면서

납덩이가 된 심장이 온몸을 내리누른다


<날짜변경선>

구름 위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

지상에 내리기 위해 비행기는 성층권으로 진입하고
불안정한 대기에 기체가 요동을 친다

동그란 유리창에는 빗방울이 맺히고
간간히 천둥번개가 친다

비행기는 검은 해협을 가로지르는 고래처럼
묵묵히 앞으로 나아간다
좌우로 뒤뚱거리면서

내가 비행기를 타기 전 당신에게 쏟아부은 악담을
다 용서해줄 수 있겠어?

할 수만 있다면 비행기 밖으로 발을 뻗어 달리고 싶었다

안전벨트를 풀 용기도 없이
승무원의 의연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지상에 가까워질수록 무거워진 공기가
긴 침이 되어 귓속을 찌른다
나는 손가락으로 귀를 막고 침을 삼킨다

언제쯤이면 나를, 내 삶을 덜 증오하게 될까
나이가 들수록 증오는 더 거세게 타오른다
증오의 정점에서 나는 나를 밀어버릴 수 있을까

장대높이뛰기 선수가 바를 넘는 순간
허공의 정점에서 잠시 멈춰 떠 있는 것처럼
우리는 먹구름 속에서 오늘과 내일 사이에 있었다

밤은 여전히 가시를 곧추세우고 으르렁거리고 있다


<어디까지 왔나>

빨랫감이 밀려 들에 가지 못한 그 여자
읍내 가전제품 가게를 지날 때마다
세탁기를 곁눈질하던 그 여자

국도 변에 있는 슈퍼에 들러
바빠서 못 샀던 외간장이며 설탕, 참기름, 미원을
외상으로 가져왔다
아이스께끼 하나 내 손에 들려주고

돌아오는 길은 멀었다
축축한 몸을 끌고 비탈진 신작로를 올랐다
아이스께끼도 끈적끈적한 땀을 흘렸다
등 뒤로 손을 내밀어 끌어주었던 그 여자

엄마 엄마, 어디까지 왔나.
동구까지 왔다.

끝도 없는 어질머리
속이 울렁거리면 등에 업혀
봉지에 남은 단물을 핥아 먹었다
달큼하고 비릿한 파마약 냄새

그 여자와 나의 심장이 걸음을 맞춘다
타박타박
큰 그림자 속 작은 그림자 숨바꼭질한다
그 여자 머리 위로 두 팔을 뻗으면
엄마는 외계인
엄마는 귀뚜라미
엄마는 두 팔을 치켜든 사마귀
그 여자가 나를 잡아먹지나 않을까
그 여자가 나를 버리고 도망가지는 않을까
목을 꽉 끌어안았다

엄마 엄마, 어디까지 왔나.
동구까지 왔다.

그 여자는 점점 외계인이 되어가고
멀고 먼 동구,
검은 동굴처럼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엄마 엄마, 어디까지 왔나.
동구까지 왔다.


<폭우 지난>

나는 지은 죄와 지을 죄를 고백했다
너무나 분명한 신에게

빗줄기의 저항 때문에
노면에 흥건한 빗물의 저항 때문에
핸들이 이리저리 꺾인다
지워진 차선 위에서 차는 비틀거리고

빗소리가, 비가 떨어져 부서지는 소리가,
차 안을, 메뚜기떼처럼, 가득 메웠다
내 가슴을 메뚜기들이 뜯어 먹고 있다

뻑뻑한 눈
비틀거리는 비
폭풍우를 뚫고 가는 나비처럼
바닥에 떨어져 젖은 날개를 퍼덕이는 몸부림처럼

목에 숨이 들어가지 않는다
들어찬 숨이 나오지 않는다

너무나 분명한 신
너무나 많은 숨

이미 울고 있었지만 울고 싶었다
이미 살아 있었지만 살고 싶었다
이미 죽었지만 죽고 싶었다

운전석 천장에 물방울이 맺힌다
추위에 몸이 떨린다

컴컴한 방, 손전등을 입에 물고
두 손으로 비밀 금고의 다이얼을 돌리는 도둑처럼
앞으로 전진

다 쏟아내야 끝나는 것이 있다
너무나 분명했던 신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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